새 직장에서 1년을 지냈다. 기존 도매인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것들 그리고 데이터가 다루어지는 산업에서 일하고 싶었다. 모두가 약간씩은 홀려있지 않았나. 특이점이 온 것 같았고 나도 빨리 저 흐름에 몸을 싣고 가야 할 것만 같은, 마치 그동안의 묵은 문제를 풀어줄 실마리가 다 거기 있을 것처럼. 세상 이치라고 하면 내 나이가 좀 웃기지만 아무튼 그런 게 어딨어.


데이터는 많아 보이지만 사실 쓸만한 게 별로 없었다. 빅데이터니 ML이니, 헛배부를 소리 전에 전처리가 전혀 안 되어있다. 아무렇게나 흩어져있기도 해서 있는지 모르거나 찾는데 한세월. 그래 이런 문제는 아무래도 좋다. 시간을 들이면 돼. 진짜 곤란한 건 데이터로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지 모른다는 점. 대체로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고, 그들 요구에 대응하는 걸 우선순위로 놓다 보니 일하는 방식에는 별다른 제약이 없기 마련. 이게 창의성을 불어넣을 수는 있는데, 표준화가 안되면 분석 어려워지기 십상이라. 표준화, 안되었어도 그래 괜찮다. 우수사례를 잘 분석하면 돼. 하지만 분석할 수가 없다. 자료가 없어. 사용자 경험이 우선이나 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어떻게 움직이나엔 관심 소홀했거든.

그렇다고 기존 산업이 어떻게 해왔는지 잘 공부한 것도 아니다. 왜 교육을 하는지, 왜 QC를 하는지, 이를 바탕으로 한 평가체계가 왜 있는지. 왜 문서화 하는지, 왜 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특정하는지, 왜 업무스타일을 획일화 하는지. 효과가 없어 보이거나 무의미하게 여겨짐에도 불구하고.


규모가 작았을 땐 이런 것들이 다 아무래도 괜찮았다. 하드캐리 한두 명으로 커버가 됐겠지. 하지만 이제는 제국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소수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는 것보다, 그렇지 않은 대부분 근로자가 제 몫 하게 만들 체계가 더 중요한걸.


그 뿐인가. 산업의 체급이 커지다 보니 결국 사용자(user)만 볼 수 없고, 서비스제공자, 지원조직, 체계, 그리고 정부와 사회단체까지. 너무 복잡해졌고 이런 판에 영웅은 없어.


기술기업들이 그간 젠체할 수 있었던 건, 사용자라는 변수만 다루면서 세상도 같이 납작할 거라는 환상을 속에 살았기 때문 아닐지. 미안하지만 아니야. 한동안은 그런 생각을 해볼 수 있었겠지. 유저볼륨만으로 엄청난 세를 확보했다고 생각했을 땐.

사실 이런것 보다, ‘요즘 친구들’ 이야기가 하고 싶은데. 업계특성인지 세대특성인지 아직은 아리송해서. 개성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자라서인지, 혹은 뭐든 개인화 되어 서비스되는 모바일 환경을 향유해서인지. 1:1로 들어오는 사항이 아니면 따로 F/U 안해도 된다로 이해하는게 아닐까 의심이 좀. 메일함을 타임라인처럼 본다고 해야 하나. 히스토리나 프로토콜 체크를 안하고 자기만의 방법론을 쌓아 올리려다 보니 조직에 쌓이는 것도 없고(쓸모도 없고).


창의적으로 일하란게 결과물 참신하게 내라는 의미였지 처리를 니 편한데로 해라는 건 아니었는데요. 으악 꼰대같은 소리로 마무리를 하자는게 아니고. 만약 세대특성이라면, 이들이 조직에 헤리티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일하게끔, 더 고민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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