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을 기념하는 의미로 자전거를 타고 서울로 왔다
이전부터 해볼까 마음은 있었다
자전거타고 강릉에서 서울까지 가보는 것
작년 여름, 양양에서 강릉까지 옮기면서도 자전거를 택배로 부치는 대신 그냥 타고 내려간 적 있었으니까
올해는 자전거도 더 좋은것으로 바꿨겠다
얼마전 대관령도 한번 찍고 내려와봤겠다
못할것도 없겠지 싶었다
그래도 막상 때가 다가오니 좀 고민은 하고 있었다
연가 남은것 다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고
막상 짐 옮기고나서 자전거만 따로 가지러 되돌아오자니 시간도 제법 잡아먹겠고
그런데도 결국 마음을 굳힌건,
뜬금없게도 두통때문이었다
그 전부터도 두통이 한번씩 신경을 긁곤 했지만
전역일 2주전에 갑자기 찾아온 두통은 심상치 않았다
길어야 한나절이나 갔던게 하루, 이틀이 지나도 도통 떨어지질 않더니
거진 일주일을 괴롭혔다 여기에 목감기까지 겹치고
덕분에 병가를 일주일 가량 꽁으로 얻었지만
그 기간동안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집에서 허부적거리다 병원에 다녀오고 진통제 먹고 잠들고
어찌어찌 회복하고 보니
전역신고 전 마지막 주였다 남아있던 연가를 이 주에 넣어뒀고
한 주 가량 정말 아무것도 한 것 없이 늘어져있다보니 뭔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남은 휴가기간은 자전거를 타고 서울로 오는 데 쓴 것이다
점심때 조금 못미쳐 출발했고,
대관령 넘는데까지는 좋았다
날씨가 좀 축축해서 초반부터 바지를 다 버리긴 했지만 덕분에 더위로 고생은 안했던걸 생각하면 괜찮았다
평창을 거쳐서 내려오면서도 좋았다 크게 힘드는 곳도 안나오는 것 같고
사람들 말처럼 강릉에서 서울로 넘어가는 코스는 크게 힘든 것 없구나 싶었다
이제 고비도 없겠네, 생각도 했고
언제나처럼 별다른 준비없이 그냥 출발해야지 그렇게 떠났고 도로 이정표 보면서, 간간히 핸드폰으로 GPS확인해가면서
그랬더니 6번국도를 타고가는 길이었다
가면서 그런 생각은 들었다,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강릉~서울 코스가 아닌것 같긴한데라고
그래도 뭐 별것 있겠어 생각을 했는데
대단한게 튀어 나왔다
태기산
오르막이 시작될 즈음 아, 여기 좀 만만치 않은것 아닌가 그런느낌도 얼핏 스쳤지만
그래도 대관령 넘었는데 그것만 하겠어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다 이미 체력도 많이 소모된 상태에서
경사도 대관령보다 더 심했던 것 같다
이런게 나올거라고 마음의 준비도 안되어있었으니까
중간쯤부터는 속으로 욕만 계속 나왔다
그래도 다운힐만큼은 꿀같았다
그 이상의 감상이 나올만큼의 여유는 남아있지 않았다
다섯시쯤 되어서였을까 둔내라는 동네가 나왔고 해 떨어지기 전까지 가려고 하면 횡성까지는 도착할것 같았다
밥도 먹어야겠고 첫날은 여기까지다 싶어서 쉬기로 했다
조그마한 시골동네, 많이 지쳤지만 그래도 한번 둘러보고 밥먹을곳을 정하기로 했다
여기다 싶은곳은 발견할 수 없었고, 포스퀘어든 뭐든 정보 얻기도 어려울 것 같고
그런데 한사람이 더 있었다 자전거로 여행중인것 같은
그 사람이 자전거를 세워둔 가게로 들어갔다
동네손님들도 제법 있어보이고, 아마 이 사람은 물어봤나보다 어디서 밥 먹는게 좋은지
메뉴야 두서 없는 곳이었는데 다른 테이블 보니 닭볶음탕같은걸 많이 시켜먹는것 같더라
그럼 나도 닭요리, 하고 닭곰탕을 주문했다 새삼 대학시절 생각이 나기도 하고
맛있게 먹었다 고기도 실하게 들어가있었고
저녁 먹고 나서는 술을 한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까 마을을 둘러볼때 이자까야를 하나 봐두었던 것이다
여기에 이런게 왜 있지 싶었다
들어가니 손님은 없었고, 가게도 막 영업 시작하는 중이었나보다
중년 사장님 두분
다찌에 앉아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니 말을 거신다
두 사장님은 아마도 취미활동을 하다가 만나셨나보다
산악자전거를 타신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가게 벽에 자전거를 타고 찍으신 사진들이 많다
이런곳에 왠 이자까야기 있나 했어요
-이곳 오시는 분들중에 많이 그렇게 말씀 하시죠, 시즌때 스키장 가다가 이런곳이 있네 하며 들르시는 분들도 많고
원래 이곳분이세요?
- 아뇨 자전거 타러 이곳저곳 다니다 흘러든거에요, 자전거타고 서울 가는 중이라구요?
네 대관령만 넘으면 되겠지 하고 출발했는데 요 전 태기산 넘으면서 엄청 고생했어요
- 아하, 태기산이 좀 힘들죠 윗쪽길로 왔으면 좀 나았을텐데 하기사, 그길은 아는 사람들만 아니까
그외 이런저런 이야기
잠은 여인숙으로 들어갔다
노숙을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역시 좀 씻고 싶었다 돈이 없는것도 아니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까 식당앞에 세워져 있던 자전거가 보였다
여관방에서 뭉기적 뭉기적대다가 11시쯤 되서야 출발을 했다 아침은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해결했고
전날 술집 주인 아저씨들께서 이야기 하신데로 크게 힘드는 코스가 없었다
둔내라는 마을이 해발고도가 500미터니까 거의 내르막길일 거라고
횡성까지는 정말이지 편하게 내려왔지만 이때부터 다시,
양평으로 들어서는 도덕고개가 나올때까지는 오르락내르락이 반복되면서 제법 피로감을 느껴야 했다
이후로는 정말 편했다
계속 6번국도를 이용하다가 이제 슬슬 도로에 차량이 많아진다 싶었다
용문으로 빠져나왔는데, 여기서부터는 서울로 전철이 연결되어있으니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하던것 마져 해야겠지 아직 할 수 있었다
양평시내에 도달하니 자전거길이 시작됬다
4대강 자전거 길이라니, 제대로 된 전용도로를 만나니 반갑기야 했지만
그래 어떻게 만들어 놨는지 어디 한번 보자
서울에서 양평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전용도로는 왜 4대강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폐기된 철도를 보수해서 이은 도로가 분명하다
제법 훌륭한 기획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 길 이름에 왜 4대강이 들어가냐고
숟가락 얹기 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저녁시간이 다 되어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팔당지나면서부터는 많이 페이스도 떨어졌다
코스는 쾌적했지만 전날부터 쌓인 피로감이 무시할 수 없었다
곧 유럽여행을 할 참인데
이것도 자전거로 일주할 셈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고민이다
아무래도 몸이 피곤해지면 이곳저곳 둘러볼 여유가 부족해지는걸 느꼈다
상당한 거리다 마냥 자전거로만 지르기엔 의미없는 구간도 상당할 것이다
무엇을 보고 올 것이냐고
2년 4개월동안 군복무를 마친 시점에서 나에게 보상의 의미로 다녀오는 여행이라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혼란스러운 지금은
단순히 그렇게만 다녀올 수 없다는 것이다
목적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여행처럼은 해선 안될것 같은 압박감
고민할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