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살자니 시간이 부족하다
오랜만에 집에서 홍차를 내려마신다
잎차는 아니고 티백으로 딜마 캬라멜
강원도, 혼자 살때 간편한 이유로 사두었던게 아직 남아있었다
주전자에 물을 넉넉하게 올리고 잔부터 데운 후
다시 우리기 시작했고 시간을 맞춰 티백은 건져냈다
떫다
과추출한게 아닐텐데 왜이러지
가만 생각해보니 집에있는 잔은 용량이 너무 작은게 아닌가 싶다
이게 일주일 전쯤
오늘은 다시 차를 우리면서 찬장 구석에 쳐박혀있던 다구를 끄집어냈다
여기에 티백을 우린 후 찻잔에 2번 나눠 마시면, 양이 딱 되겠더라
주전자에 물끓이고, 다기에 물을 부어 데워뒀다
찻잔도 데워줘야 하는데 그러면 물을 다시 끓여야하는데 어쩌지, 번거롭게 됐네
하는차에 전기포트가 눈에 들어온다 포트에도 물 붓고 데우고
물주전자는 다시 끓고, 다구에 물 따라버리고 다시 물붓고, 티백 넣고
전기포트에서 끓은 물은 찻잔에 따라 찻잔 데우고
어머니도 한잔 달라고 하시니 찻잔 하나더
시간 맞춰서 티백은 건져내고
이렇게까지 하고 보니 티백을 쓴 의미가 있나 싶다
그래도 전 주에 마신것 보단 훨씬 낫던걸
며칠전 끓여먹은 닭곰탕국물이나 오늘 내려마신 홍차나
뭐든 맛있게 먹자면 품이 더 들게 마련이다
다만 이렇게 시간을 들일 여유가 있는지가 문제
민주당 경선후보로 나선 손학규후보의 슬로건이 '저녁이 있는 삶'이다
다른건 모르겠고, 캐치프라이즈만큼은 마음에 쏙 들었다
이정도 좋았던 구호가 있었을까
요즘 느끼는거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음식 참, 재미없게 먹는다
허겁지겁
먹는시간에 여유가 없다
점심시간이야 오후일과가 있으니 조금 바쁘게 먹을 수 밖에 없다 치지만
저녁시간조차 내시간이 아닌경우가 대부분 아닐까
다시 회사로 돌아가 일해야 하거나, 회식이 있거나
이게 무슨 재료를 썼는지, 간이 어떤지, 어떤 향이 있는지, 어떤 그릇에 어떻게 담았는지
하나하나 살펴보고 생각해보고 이야기하고
그럴 여유있는 시간이 없이 빨리먹고 빨리 일어서야하니까
싸고, 양많고, 맛은 단순해지고
주말에나 한번씩 기분내서 뭘 먹을까 하면, 어떻게 잘 먹는지 모르니까
그냥, 남들이 맛있다고 하는데 분위기 그럴싸한데 찾아서 인증샷 남기기 바쁘고
이제 조금 여유있는 삶을 우리는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한번에 몰아서 힐링하는게 아니라 매일매일 너무 자신을 몰아가지 않도록, 숨돌리고 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