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쿠와즈 2013. 3. 10. 16:42



서울 안에서도 낯선거리를 걸어보는게 오랜만이란 느낌이 든다

모처럼 날씨가 풀려 돌아다니기 좋은때이고 저녁시간에는 종로에서 술약속도 있는참이라

시간을 넉넉잡고 집을 나와 최근 서촌이라고 알게된 동네를 돌아다녀봤다

서촌이라는 명칭이, 북촌등에 대응하며 새롭게 붙여진 것인지 원래 그렇게 불리던 것이 최근 조명되는것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으나 여하간 눈여겨볼만한 가게들이 들어서는 모양이라 관심이 생겼다


인사동이니 안국동이니 경복궁 주변의 거리들이라면 어지간히 돌아다녀봤을텐데도

이쪽으론 한번 발길을 향한 기억이 없다

그러고보면 우리네 가지고 사는 동선들이 대개는 단순하고 잘 벗어나질 못한다

내가 수없이 다니는 동네어귀조차 눈길한번 닿지 않은곳 얼마나 많을것이냐

취미랍시고 사진기메고 이곳저곳 기웃거려 봤다는데도 이런 모양이다


이날따라 어쩐지 골목사진들을 자꾸 찍어보는데, 그쪽으로 생각나는게 있던 모양이다

나는 물론 건축계에 발끝도 닿지 않은 얼치기지만, 개인적으로 공간을 주제로 한 풍부한 사유들을 흥미롭게 찾아읽곤 한다

그렇게 관심을 두었던 주제중 하나가 골목에 관한것이었는데, 아마도 건축 안에서

골목공간의 의미를 되살려보려는 여러 고민이 있었던 기억이다

당시 잡지에서 그런 노력들을 읽으며 제법 의미있고 그럴듯 한것으로 여겼는데

새삼 과연 그런가라는 생각을 이 날 하고 있었다


공간이 사유하는 방식에 상당히 큰 영향력을 미치는것에 동의하는 바이다

그리고 한 때 골목이라는 공간이 우리의 삶에 방식 속에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던 곳이라는 점도 인정한다

이제는 다만, 그런 많은 의미가 떠나버렸을 뿐이기에 큰 가치를 두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골목이라는 공간에 더이상 머무름, 그에 따라 쌓이는 커뮤니티가 남아있을 수 없었다


내가 느끼기에 서울의 모든 거리는 차량에게 맞춰져 있는 것이고

보행자에게 있어서는 아주 단순하게 통로적인 공간, 그리고 위험지대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일상적 거리를 걸으며 생각에 잠기지 못한다

차가 다니지 못할만큼의 작은 공간은 불량한 것들이 숨어들거나 쌓이고 말기에 막아버린다

그렇게 골목은 더이상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골목골목을 걸어다녔으며 그 속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오래 되어 언뜻 후즐근 한 것 같지만 고궁 주변 동네의 차분하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분위기를 찾으면서


언젠가는 이곳들 모두 정비될 것이다

그 때 내가 바라는건,

여전히 동네가 낮게 깔려 있다면 좋겠다는 것이다

배낭여행이후 돌아와 우리의 전통건축물을 새삼 다시 바라보았을 때 감탄한 것은 

시선에 부담주지 않는 부드러움이었다

도시너머 풍경을 향하는 사이에 담이나 건축물이 높게 치솟아 시선을 차단하지 않았고

심지어 처마의 선은 뒤에 서있는 산능선이와 절묘하게 이어진다

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모가나고 높이 솟으려하는 현대식 건축물에 의해 침범되지 않길 바란다

유럽도시의 거리에서 길을 걸을때면, 좌우로 높이솟은 건물들이 마치 나를 어두운 통로속에 가두는 듯 느껴져서

시선은 내 안으로 잠겨들어갔다

유럽의 정신은 바로 이렇게 스스로 잠겨드는 시선속에서 자라온게 아니었을까


요컨대 달랐던 것이다 우리가 사상을 쌓아온 시선의 환경과는


우리식 시선을 만드는 공간이 고민되길 바란다

아마도 그런 공간들이 만들어낸 사유는, 우리에게 더 잘 맞는 제도와 기준을 제공할 것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