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쿠와즈 2013. 4. 9. 10:34

옆으로 돌아누워 배게를 안고 잠을 청하면,

더 쉽게 잠에 들 수 있다는 점이 있지만


사실은 바로 누워 자다 보면 가위에 눌리는 경우가 많았다

마천동에서 지내면서는 특히 그랬는데,

다시 성남집으로 돌아오고 나서는 괜찮아지는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전 다시 가위에 눌렸다


그땐 내 침대 맞은편 벽쪽에서, 내 품으로 펄쩍 뛰어들어

내 가슴을 파먹으려고 덤비고 있었다


잠을 자다보면,

유독 깊이 잠들 수 없고 선잠에 헤메는 날이 있다

그러다 천장 위쪽에서 무언가 날 노리는 기분의 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내가 눈을 감고 있어도, 그곳에 있다라는 느낌같은 것으로

머릿속으로 뚜렷하지도, 아주 모호하지도 않은 형체같은게 보이는 것이다

내 몸을 향해 서서히 접근해오기 시작하면,

가슴이 뛰는 것이 그에 따라 느려진다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데

가위귀신이 내 몸에 올라타는 것보다 

사실은 그렇게 심장 뛰는게 천천히 느려지다 멎어버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더욱 두렵게 만든다

그제서야 몸을 움직일 수 있기를 애쓰기 시작한다


가위에서 풀려나면

나는 다시 눈을 뜨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보다

조용히 몸을 옆으로 돌려 눕고 배게를 꼭 끌어안고 다시 잠을 청한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는데,

혹시 눈을 뜨고 주위를 살피다 잠든척하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가위귀신의 눈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다

그렇게 되면,

이런, 장난만 조금 치다 가려고 했는데

날 보고 말았네

하며 날 정말로 어떻게 해칠지 모르겠다는 생각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어쩐 일인지 오늘은 깊이 잠들 수 없을것 같다는 기분이 되는 날이면

유독 더 배게를 꽉 끌어안고 잠을 청하게 된다

목 언저리가 서늘한 기분을 쫓아가면서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