쳐묵쳐묵/밖에서 쳐묵쳐묵

내 국밥생활의 기원 - 태평, 신평양찹쌀순대

다쿠와즈 2013. 6. 21. 22:35





난 본디 국밥을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지는 음식을 엄청 가려서, 먹는음식보다 안먹는 음식이 더 많을 정도

그러다가 밖에서 내 돈주고 밥 사먹어야 하기 시작하면서, 무엇보다 술안주로 곁들이기 시작하면서 

어지간한건 다 먹게 되었는데

여전히 몇몇 식재료에는 호불호가 남는다


그 중에서 순대국밥은 선호도가 극적으로 변한 편이다

문제가 되었던건 내장고기

순대야 잘 먹을 수 있었지만 부속이나 내장은 익숙치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아버지는 주말이면 아들내미들 데려다 앉혀놓고 술 한잔 하길 좋아하시는데

자주 가던 곳이 바로 이 집앞 순대국밥집이었다

내 앞에 놓인 국밥그릇에서 

순대는 맛이 있으니 건져 먹고 싶고,

국물도 그럭저럭 떠먹기 좋으니

부속고기만 따로 건져 아버지께 넘기는걸로

입에 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한번은,

국밥에 다른 건더기 말고 순대만 넣어서 주문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비로소 즐겨먹기 시작했다

대학 새내기시절, 술을 진탕 마시는 것 같으면

마지막 코스는 으례 시장골목 순대국밥집이었다


오랜만에 집 앞, 이 가게를 들러 점심 한끼 하는데

정말 맛있는 집인가는 사실 모르겠다

여전히 장사는 잘되고 있는 것 같더라만

하여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은 내가 순대국에 입문하도록 만든 곳이다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어떤 기준같은 것이다

예를 들자면

어디 순대국밥집에 가더라도

이처럼 얹어먹을 부추무침이 나와주질 않는다면 어쩐지 섭섭하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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