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면 별일없다 그리 산다
매번 글을 올리며 하게 되는 이야기지만
오랜만이다
여전히 스윙에 빠져 산다
큰 변화같은건 없다
살이 좀 더 쪘을까?
몇가지 사건들이 지나갔다
한때 잠들기 좀 힘들었다
일에 마구 몰리던 때였는데,
음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퍼포먼스를 올려보라는 압박에
마구 몰리던 때였구나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면
몸은 이미 이완되어 버렸으나
정신은 아직 깨어있는 상태가 자주였다
그럼 가슴이 뻐근하게 답답해지면서, 그대로 쓰러지면
깨지 못할 것만 같은 감각이 찾아온다
서둘러 몸을 깨운뒤 다시 잠을 청하곤 했다
말하자면 가위에 눌리는 감각인데,
섬뜩하다기 보다 미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중에 듣기로 공황장애 초기 증상이란다
아무튼 지금은 괜찮다
이모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 편한옷으로 갈아입으려는데,
아버지께서 연락을 받으셨다
심근경색
죽음 이후의 순간이라면
가까이서 지켜본 적 없지 않으나
이날의 기억은 좀 더 생경하다
끔찍한 외상이나,
오랜 기간의 고통 끝에 찾아온 죽음이 아니었더라도
어쩐지 아득해진 이유를
한마디로 풀어내긴 어렵다
우리가 도착한곳은 응급실에 딸린 작은 처치실이었고
흰벽으로 둘러쌓인 그 방 안에는
몇가지 의료물품들이 어지럽게 쌓여있어
창고같은 느낌도 가진다
소식을 들은 이모할머니의 자녀들 중 둘이 먼저 도착해있었고
첫째 삼촌은 아직 이쪽을 향해 오는 중이다
황망해 하는 그들에게 아버지가 앞으로의 절차를
하나씩 설명해 나가신다
우선 상조회사에 연락을 해야 할 것이고
장례는 어디서 치뤄야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사전에 가입되어 있던 상조회사가 있는지를
파악하는데도 쉽지 않다
간호사는 문을 조금 열고
조심스럽다는 듯 고개를 들이민 후
서류작성을 하셔야 해요, 전했다
몇 주 후 군대에 가기로 되있는
막내삼촌은 친구와 술을 마시다
병원에 와있었다
간호사가 이야기 한 서류 작성은 그 막내삼촌이 하러 나간다
나는 딱히 할말이 없고
할 일도 없었다
이모할머니의 시신을 지켜본다
상조회사와 연락이 되고, 찾아올 때까지
한시간 남짓
몸의 핏기가 가시고 생의 흔적이 지워져 나간다
그 시시각각을 가까이 본일이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죽음을 실감하게 된다
장례식이라는
의식에 참여하여, 고인을 기리는 정도로만
죽음을 받아들이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동원훈련이 있었다
송파구 내곡동에 위치한 훈련장
첫 해 동원훈련은 백수 시절일때라 달갑지 않았지만
작년엔 회사에서 벗어나 요양 다녀온다고 했다
올해도 편안한 마음으로 입소했다
내가 소속된 제대의
중대장은 올해로 3년째 본다
별일 같은게 있을꺼라 생각치 않았던
그냥 훈련이었는데
말도 안되는 별일이 생겼다
예비군 한명이
총으로
다른 사람들을 쐈고
몇이 죽고
몇이 크게 다쳤다
그 사건이 있던 사격장에서는
나는 함께 사격중이었다
오른쪽으로 두명 건넌 자리에 있던
아저씨까지 총에 맞았다
살면서 참 별일 다 겪는다고 하기에도
대단한 별일이었다
그 난리가 나는 사이
내 몫의 사격을하느라 주변에 무슨일이 났는지도 몰랐고,
사격을 마치고 나서 다음 통제를 확인하려 했을 때
사선을 이탈하라는
다급한 고함만 귀에 들어왔다
무슨 난리야
하고 뒤로 돌아 사격장을 벗어난 다음에야
밑에서 기다리던 아저씨들로부터
무슨일이 있었는지 들었다
사격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뒤로 돌아 사격장을 벗어나는 동안
내 시선 안으로는
희생자들의 모습이 들어오지 않았고
이 이야기에
나보다 더 놀란 주변 사람들보다 오히려
끔찍한 일이 있었다는
기분은 잘 모르겠다
정말,
하늘이 도왔다고
삶을 다시 받았다 생각하라는 이야기에는
그날 내 천운은 다 쓴것 같으니
앞으로 내리막만 남은것 아니겠느냐
웃기지도 않는 너스레를 떤다
이런 정도의 일들이 있었다
별일 없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