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생각하며 뚜벅뚜벅
강남역 10번출구
다쿠와즈
2016. 5. 23. 22:44
상실과 관련한 스트레스 사건을 겪고 난 다음에는
애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적절한 표현을 통해 감정의 해소가 되지 않는다면
심리적 외상으로 남아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
이 정도는 누구라도 납득할텐데,
당신들의 애도가 나를 불편케 한다
애도는 그만 거두고 일상으로 돌아가라
당신의 애도에 내가 함께 하길 기대하지 말아라
이런 이야기 심심찮게 보인다
환장할 노릇이다
얼마 전 저런 이야기 하는 국가, 언론을 대상으로
화를 내던 사람들이
여성집단에게 비슷한 미친소리를 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
기념비적 애도의 형식이 드러나길 바란다
강남역 10번출구 캐노피에 붙은 포스트잇 모습은
시각적으로 강렬했다
나는 본디 그 이상한 형태의
구조체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좀 다르게 볼 수 있다
한단계가 정리되고 있다
강남역 10번 출구는 일상적 공간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고
추모의 흔적은 옮겨지기로 되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이것들이 어떤 형태로 남게 될지
그리고 어디로 옮겨지게 될지 지켜보려 한다
이 사회가 해오던 방식을 떠올려보자면
적당하다기도 허섭한 구조물 세워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으로 치워둘 것만 같다
부디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란다
쉽사리 접근할 수 있는 곳에
강력한 지시물로 남아
이번 사건을 계속 떠올리게 해야 한다
2016년 5월에
여성혐오가 사람을 죽였다고
하지만 어떤사람들은
누가 그녀를 죽였는지 똑바로 보길 거부했다고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