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세운로가 개장했다


종묘에서부터 남산까지를 근대의 상징으로 잇겠다는

오래된 꿈


철거로 이야기 되어오다

복원 프로젝트가 기획되고 실행된게 사실 꽤 지난 일로 아는데,

공공에게 가시화되는건 결국 이 공중보행로겠지


세운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 진양상가

거대한 이 네 건물, 블럭은 사실 하나의 프로그램이다

공중보행로를 통해 모두 이어짐으로, 끊김없는 걷기경험을 제공했어야 마땅한데,

각 상가를 잇던 데크들은 구현되지 않았다던가, 어느순간 사라져버렸다던가

줏어들은 이야기들이 그렇다


내가 알수 있던 시기부터는 세운상가란 이미 쇠락한 흉물에 가까웠고

아마 끊겨있지 않았다 한들

사람들이 즐겨찾는 곳은 아니었겠지


을지3가역에서 내린 뒤

청계천을 따라 걷게 되면,

공중보행로와 연결된 수직램프를 만날 수 있다

여길 오르면, 세운상가와 대림상가의 가운데 위치하는데

앞쪽으로 돌아가보면 종묘가 탁 트여 드러난다

그러니까, 저곳이 이 축선의 본래 시작점


되돌아 걷는다

데크 안쪽편으로, 기존 상점들이 재단장 중에 있었고

바깓쪽에는 전시공간이거나

휴게공간, 혹은 창업지원 사무실같은게 들어선다


이 길은 대림상가까지만 이어지고 끊긴다

겨우 절반 복원된 셈


어쩔 수 없다

삼풍상가에는 PJ호텔이 들어서있고,

한차례 리모델링을 거치며 3층 데크는 제거된 상태였으므로


계단을 내려와 지상에서, 

방향을 지키며 내리 걷는다


가장 어두침침한 진양상가까지

지나쳐오면

충무로, 대한극장이 보인다

남산까지 올라볼까 어쩔까 고민하며

잠깐 상영시간표를 살피니

블레이드러너2049가 곧 시작이다


영화나 볼까


티켓끊고 자리착석

대한극장은 처음 와본다


블레이드러너에서 그려진

도시, 거리 풍경이 그런데 

조금 전 걸어온 진양상가 주변 모습과 너무 닮아있어

기분이 묘하다


서울, 어쩌면 오래된 미래


영화를 보고 나오니 

슬슬 저녁먹을 시간이던데,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면

산수갑산이나 우래옥이 있지


하루 이렇게 산책하듯 걸어다니니

학생시절 레포트 쓰기위함으로

구보씨 동선을 쫓아 걷던기억도 잠깐나고

모던이니 파사쥬니 완보객이니, 

뭐 그런 단어들이 다 연결되려고 하네


사실 이 야심찬 설계는

르 코르뷔지에의 도시계획을 곧이 곧데로 가져왔구나 싶은 구석이 많은데,

실패하고야 말았던 그 꿈들이 돌고돌아 결국 이루어지려나

궁금하거든


별로 희망적이진 않은데,

임대료 인상 요구현황 조사에 관한 공고문이 

벌써 붙어있는걸 난 봤지

재생사업의 딜레마인데

재주는 공공이 부리지만, 돈은 임대주가 버는 문제 어떡할꺼냐고


다른 한편,

서울로와 더불어 다시세운로를 통해 제공한 공중보행경험이

도시풍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진다


차량속도에 맞춰진 도로, 신호, 간판, 스트릿퍼니쳐..

모두 다시 고민해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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