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강릉에서 지내던 시절, 오랜만에 서울로 돌아온 어느날

삼성역 부근을 지나던 버스 창 밖으로 대형 빌딩들을 바라보며 조금 이상한 기분을 느낀적이 있다


도로의 좌로우로 길게 늘어선 유리 벽면체들이 파랗게 빛나고 있었고

하늘도 파랗고

파란 터널속에 갇혀있는게 아닌가 싶던

그리고 이어서,

마치 재난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파란 터널이 한순간 산산조각 나며 부서지는 환상


좀 아찔했다

그 파편들이 쏟아지듯 내 머리위로...


오늘 읽기를 마친 책에서,

인간은 신의 건축인 숲으로부터 떠나온 다음에야

문명을 이룰 수 있었고, 그곳에 인간의 건축을 올렸다고 했다

숲은 인간이 살기에 위협적이었으므로


그런데 그렇게 숲을 떠나, 안전을 바라며 만든 인간의 도시에서

새삼 공포에 가까운 환상을 느꼈던건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어떻게 보면

유리처럼, 연약한 인상의 질료로 무수하게 쌓아올린 마천루들은

우리의 오만같은게 아닐까 마치 바벨탑처럼

진부한 표현이었겠지만


그리고 이 숲의 인상을 가지게 된 도시 안에서

지내는 우리의 관계들 또한 숲 속 야만과 닮아가는건

각오가 덜 된 미성숙 여린마음의 인상일 뿐인가


조금 헤메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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