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거리가 되었건 가맥집이 되었건,
둘 중 한군데로 해서 저녁에 술한잔 하려는 계획이었지만
역시 혼자다니는 처지라 좀 곤란하긴 했다
그래도 막걸리집보단 가맥집이 혼자 가더라도 조금 더 낫지 않겠냐는
의견들에 힘입어
그리고 추운날씨, 숙소로부터 가장 가까운 거리였던
전일슈퍼에서 맥주나 한두병, 가볍게 하고 오면 되겠구나 생각을 하고
저녁을 먹은 뒤
밤거리 구경이나 할 겸
영화거리와 객사길로 해서 슬슬 돌아다녔더니
발이 너무 시려워
발부터 녹이자며 숙소로 돌아가고 말았다
아, 숙소는 전동성당 맞은편의 게스트하우스를 골랐다
요 몇년사이 게스트하우스가 여행지마다 소개되어 운영되고 있나보다
유럽여행동안 게스트하우스와 한인민박을 전전하던
생활을 해서인지,
도미토리형식의 이런 숙박업체들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때그때 모이는 여행객들 성향만 잘 맞는다면
무료한 여행지에서의 홀로 여행객이 일행을 만들어 술한잔 이야기 두잔 나누기 좋았으니까
일요일 밤이던 이날도 게스트하우스는 방이 모두 잡혀있었다
요즘 시기면 비수기가 아닐까 막연한 생각으로
전주시내 실컷 둘러보다가 5시쯤 되어서였는지
전화한통 해본 후 쳐들어 갔었는데, 운이 좋게도 딱 한 자리 남아있던 상황이었다고
요즘이 방학기간에, 연말이라 내일로를 이용하는 젊은 여행객들이
많이 드나든다고 한다
여하간 숙소에서 발을 좀 녹이고 있자니
9시쯤, 서로 인사나 하라며
막걸리와 전을 좀 내어 주셨다
거실에 둘러앉아 조금 데면데면한 분위기지만
이야기 나누다보니 막걸리 3병이 금세 동이 난다
12명이나 되는 객들에게 아무래도 아쉬운 양이라,
술과 안주를 조금 더 사가지고 오자, 날이 너무 추우니 사러 갔다올 사람을 정하자
하게되는 사이,
전일슈퍼 이야기를 슬쩍 꺼냈다
관심있어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혼자서라도 다녀올 마음이었지만
주인아주머니께서 적극적으로 권하시기 시작했다
그간 다녀간 객들 중에서 그곳 다녀온 사람들 치고 좋지 않았단 이야기 없었다고
그리고, 황태를 무척 잘굽더라고
이렇게 해서 함께 가맥집을 향하는 일행 8명이 갖추어졌다
아무래도 가게안 분위기라야 어수선하고 난삽하지만
중요한건 저렴한 안주와 맥주
그리고 함께 술마시며 이야기 나눌 사람들이 중요한 것이라
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돌아왔다
안주로 황태구이 한개 갑오징어 한개 시키고
맥주는 냉장고에서 몇번이고 꺼내다 마시고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흐르던
이 날의 전일슈퍼는
객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밖에
4년전 당시, 내게 요령이 부족했는 것이었을지 몰라도
요즈음에 들어 여행저변이 많이 좋아졌다는 느낌이 든다
내일로 운영 기간이나 대상도 확대된 것 같고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를 구하거나
동행을 구하거나의 일들이 손쉬워지고,
순간의 인연은 허망하게 흘려보내기보다
SNS를 통해 즉석에서 서로를 잇는다
그래서 조금만 마음을 열고 여유를 품으면
여행의 낭만을 즐기기 어렵지 않으리라
낭만,
시대가 변하고 수단이 변하더라도
낭만은 죽지 않을 것이며
수많은 인연과 삶의 행복으로 이끌어 줄 이름이다
'쳐묵쳐묵 > 밖에서 쳐묵쳐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대도 국물 모두 만족 - 전주, 조점례 남문피순대 (8) | 2013.01.03 |
---|---|
이정도 리스트의 홍차전문점 찾기가 쉽지는 않다 - 전주, 블루페코 (6) | 2013.01.02 |
리스트에 올린 중 한곳을 마침 친구가 추천하더라 - 전주, 반야돌솥밥 (1) | 2013.01.01 |
전주, 베테랑칼국수 (0) | 2013.01.01 |
[폐점]이쪽으로 약속 잡혀도 식사할 만한 곳이 생긴듯 하다 - 강남역 잇푸도 (0) | 2012.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