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인지 모른다, 그냥
맛있다는 생각만 들면서 마시기 바빴던 에쏘 한잔이
지난주 동생으로부터 되찾아온 자전거로 인해 활동반경을 넓힐 수 있게 된 터라
최근 흥미로운 가게들이 하나, 둘 들어서고 있는 백현동으로 향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우연히 알게된 앙코라커피를 들른다
자리를 잡고 매뉴판을 받아들 때,
아직은 가오픈 기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스페셜티를 기대하며 찾아온 나로서는 다소 아쉬운 일이었다
그냥 더치커피로 더위나 식히자 싶었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오시더니 혹시 맛보고 싶은 메뉴가 있는지를 상냥하게 물으셨다
나는 에스프레소를 청했고
채념에 가까워져 있던, 맛있는 커피에 대한 욕망이 되살아남을 느꼈다
새콤하면서 깔끔하게 넘어가는데
결코 가볍지 않은 진득한 감각
어떤 생각을 더 할 수도 없이
홀짝홀짝 두모금만에 잔을 비웠다
사장님께서 감상을 물으셨다
커피를 마시면서 맛에 대한 의문이 남지 않도록,
그저 직관적으로 맛있다 할 수 있기를 의도했다고
사실 그렇다,
나는 여전히 핸드드립 커피가 주는 풍부한 경험에 매료되어 있지만
처음 접할 당시처럼
이것은 어떤 향이 나고, 어떤 질감이 나고...고민하며 마시지는 않게 되었다
그것은 조금 피곤한 일이다
대신 그날그날 어느 원두가 좋겠냐고, 카페 주인께 묻곤 했다
그렇게 받아든 커피한잔이 맛있으면 그만이다
사장님의 의도가 마음에 들었다
에스프레소를 내려주십사
청하는 일 자체는 좀체로 없었다
가장 맛있게 마셨다고 기억하는 크레마코스타의 그것도
굉장히 두터워 내 혀가 감당하기에 부담스럽다는 기분 약간, 없지 않았다고 할까
그런데 앙코라의 에쏘는
분명 농밀한데도
꼬릿하다기 보다 상큼하다는 인상으로 입안에 맛이 퍼진다
음...
아니다, 이런저런 부연할게 없다 그냥 맛있다
이곳에 오면 믿고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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