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좋은 카페를 찾아야 했다

펼쳐두고 끝내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던 한식의 품격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이렇든저렇든 80%가까이 읽었으니 나머지는 내친김에 치울 수 있을 듯 하다


헌데 편하게 책읽을 공간 찾기가 마뜩치 않다

성수동이라면 특히 더 불리한데,

커피맛 나쁘지 않고 카운터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데다 좌석 또한 불편치 않는 곳


훔볼트라는 카페로 정했는데,

1층은 베이커리 샵과 겸하고 좌석은 지하와 이층 이용하면 된다

층고도 높고 화이트&골드 인테리어 산뜻해 좋다


이층으로 올라왔고, 자리 타입은 세종류였다

여러명이 이용하는 긴 테이블에는 세븐체어들,

난간 옆에는 스완체어, 가장 안쪽 공간에는 LC3


난간 쪽으로 자리를 잡으니 일층 주방을 내려다 보게 된다

한창 제빵작업 중이다

책읽던 중간중간 그 장면들이 절로 눈길 사로잡는다

각종 도구들이 이용된다

저울, 온도계, 스페츌러, 거품기, 밀대


흰자/노른자 따로 분리되어 우유팩에 포장되어 나온 달걀은 각각

이탈리안 머랭과 커스터드 크림으로 가공되고

프랩되어 있던 식빵 생지는 꺼내져 오븐으로 들어가고

타르트 반죽은 밀어서 틀에 깔고


기계적이고 효율적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마침 읽고 있는 책에서는 한식조리 문법을 지적하는 중이다

이런저런 이름으로 불리되 실은 별 차이가 없는 조리법을 생각없이 답습한다고


문득 의문이 든다

서양식 조리과정이 능사인가

잘 연구되어 체계화 되었지만 외주화된 주방에서 대량조리 및 공급을 하기에 적합하다

들여다본 장면이 제빵이기에 특히 더 그랬겠으나

대체로 많은 전용도구를 필요로 하고, 여러 절차를 거치게끔 되어있다


가정에서 따라가려고 하면

어마무지한 설거지거리와, 재료의 소모를 필요로 한다

물론 저장공간도 필요하다


조리 기술면으로도

삶기, 굽기, 조리기 정도가 직관적이고 기초적 범위에 든다


요리초보가 첫 도전 양식을 수행하며

주방을 난장판으로 만드는게 단지 미숙함의 문제는 아닐 것 같다


물론 저자는 일상주방에서 양식의 문법을 적극 차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고

외식으로서 한식이 원시적인 조리방법에 주로 의존하는 건 문제이나

한식조리 문법이 유지될 수 밖에 없는 맥락 또한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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