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좁은 논두렁길
술에 취한 아버지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비틀비틀 걸어가고 있다
시골생활을 하게 되다보니 그런지
그 장면속 아버지의 심정이 문득 알것같은 기분이 되고 말았다
집에 돌아가도 반가운 일이란건 대체 없다
일이야 일찍 끝마친다 해도 마뜩하게 시간 보낼게 없는 일이다
저녁이나 먹을까 싶어 밖으로 나서자니 한시간 너머길이 예사다
어쩐다...싶기도 하지만 뚜벅뚜벅 걷는것도 나름 시간을 보낼 방법이 된다
번잡할리 없는 시내로 나가 밥이야 금방 먹을 일이고
기왕 예까지 나왔는데 그냥 돌아가기도 뭣하다
사실, 돌아가도 반가운 일이란게 대체 없다
더하자면 다시 한시간 너멋길 되짚어가지나 영 쓸쓸한 맘이겠더라
조용히 앉아 술이나 한잔 들이킬 자릴 찾아서 뭉기적거리게 된건 이런 이유들이었다
알고 찾은건 아니지만 좋은 술집이었다
슬슬 돌아가 바로 잠들면 좋을 시간이 되고만다
자리털고 일어나 한적한 시골길 걸어가고 있으면
그래도 살짝 취기가 도는게 덜 쓸쓸한 기분이 된것 같다
종종 이렇게 집으로 돌아가버릇 하지 싶다
밤길이 많이 깜깜하다
쓸쓸함에 대한 생각을 하며 걷는다
노래를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귓가에 사람목소리란걸 들려줄 속셈같은거다
위에서 총총이는 별빛들까지 그런 이유로 빛을 짜내는거 아니겠나
우린 저마다 외로움을 반짝이며 살아간다
하지만 결코 밤하늘만큼의 고독이란 다 밝힐 순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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