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의 소설을 읽던 중이었다, 카페에서
'사방연속무늬'라는 단어가 눈에 띈 이후론 계속 머리속을 맴돌고 있었다
 
누구라도 그런 기억이 있지 않나?
잠자리에 누워 천장 벽지에 새겨진 사방연속무늬를 눈으로 하염없이 쫓아가는 일
아무리 따라가봤자 변하는 것이라곤 없을 그것을
마치 틀린그림 찾기라도 하듯 굉장히 낯선 기분으로 바라보고 있는 일을

어릴 때 난
이사를 자주 다니곤 했는데
새로 옮겨간 집에서의 첫날 밤
누워서 잠들기 기다리던 내 시선은 
마치 어떤 의식처럼 천장을 올려다보며 끝나지 않을 미로를 헤매곤 했다

그 어린시절의 무한반복 미로가 
오늘 새삼 나를 지배하고 만 일이다

꼭 사방연속무늬가 아니더라도

빗방울이 떨어지는 창밖을 내다보자니 허공을 긋는 빗줄기도,
그러다 바닥에 떨여져 새겨진 동그라미도,
여기저기 생겨난 동그라미들끼리 부딪혀 어울렁거리는 것도
제각각 무늬가 되고 있었다

카페안으로 시선을 돌리니
가게주인 아주머니의 옷엔 땡땡이 무늬가,
저 앞에 앉은 젊은 주부의 옷엔 페이즐리 무늬가 보인다

심지어 옆자리 아저씨의 따끈한 커피잔 위로 모락거리는 김도
핸디코트로 토돌토돌한 벽면들도 나름의 무늬로 보이기까지

그러다 문득,
내 생각이 그리는 무늬라는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본다
골통속에 주글주글한 뇌주름을 떠올리는건 퍽이나 멍청한 발상이다

다시, 사방연속무늬에 대한 생각으로 되돌아간다
아마도 그게 내 것 아닐까
처음 모습에서 위로 아래로,
옆으로 아무리 뻗어 나가도 틀린그림은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반복,반복,반복
바보같은 맴돌이가 또 생기고 또 생기고 또 생기고

어느 지점에 있는 나를 바라봐도

그렇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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