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 까지는 숙소로 들어오는 마지막 버스를 타고 나온 참이었다
그렇게 나온 참이라서, 커피까지 한잔하고 난 밤 11시 시간에는 대부분 불이꺼져 외로운 시내의 모습과
불이 꺼져 외로워진 모습의 내 기분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조용히 술을 한잔 마시고 싶은 기분이었는데
혼자 들어가서 타자의 시선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 마음으로 그럴 만한 곳이 쉽게 찾아질리 없었다
관동대 후문의 재즈보트를 갈 수도 없다
버스들은 끊어졌고 걸어갈 수 도 없어

뭐랄까 텅빈 기분과 텅빈 기대와 텅빈 머리로 어슬렁 거리고 있었는데
어떻게 그게 눈에 띈거다
커피 와인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만 작게 눈에 띄었고 올드 팝이 조용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와인바라면 가격이 부담되겠지만 설마 맥주같은것도 있겠지 하며 올라갔다
가게는, 손님이라곤 텅 비어 있었다
그럴법 하다 강릉 시내에, 평일에, 그 시간에, 사람이, 들어차 있을리 없다
제법 도시스러운 느낌이 나기 시작한 이곳이라도
늦은 밤에까지 도시스러움을 가지기엔 어려울 일이다

손님이 텅 비어있긴 했지만
가게는 훌륭한 편이었다 한쪽 벽면엔 통유리가 있는 복층구조에 1층엔 와인셀러가 정식으로 들어서 있었다
곳곳에 빈티지 스타일 소품들이 놓여있었고 벽에는 키스헤링의 그림들이 그려진 포인트타일도 붙어있다
음악은 빌보드출신 올드팝과 컨츄리 곡들이 나온다

2층으로 올라가 난간쪽으로 놓인 바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토마토 치즈 셀러드(16000)과 와인 한잔(6000)을 시켰다
치즈에 레드와인을 마시던가? 모르겠군

가지고 나온 책을 읽으며 기다리다 보니 셀러드와 와인이 나왔다
레드와인은 칠링이 되어 나왔고, 카프레제를 떠올리며 주문한 토마토 치즈 셀러드는 예상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었다
그래도 어디까지나 내 예상에 빗나가 있었을 뿐, 제공되는 메뉴의 수준이 기대에 못미치는 건 아니었다
셀러드에 맞춰 마시라고 와인은 칠링해 주신 듯 하다
스파이시는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경쾌한 바디감이라던가 기분좋게 올라오는 붉은과일향은 마리아쥬를 고려했나 싶고,
셀러드는 치즈, 모짜렐라 외에 까망베르도 더해져있고 토마토, 싱싱했으며 새싹채소가 곁들여져 카프레제 보다는 셀러드에 강세를 둔 모양
음, 지금 생각해보니 만일 정통스타일로 카프레제를 만들어 내놓았다면 클레임을 들어올 여지가 있었겠구나 이곳에선, 고민의 결과같기도 하고

그렇게 잘, 술한잔 생각을 달래고 숙소로 돌아왔다
한시간여 거리를 걸어 오느라 방에서 남아있던 와인을 마져 다 들이키고 잠들긴 했다
이 외로운 기분을 핑계삼는, 상습범이 되어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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