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디드의 제안이 동대문운동장 공원화사업 당선작으로 발표되었을 때 무척이나 못마땅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딱히 어떤 부분에서 못마땅하다기보다는 

조감도를 보면서 이건 대체 뭐지? 

하고 난감해 했던게 아닐지


그렇게 막연한 불호의 감정으로 바라보던 동대문운동장 사업이었는데

주어진 대지 이상을 고려한 최선의 제안이었다는 평을 접하게 되었고

완성된 공간을 경험해봐야 알겠구나 싶어졌다


그렇게 오늘 DDP를 방문해봤고,

무척 잘 기획된 건축이란는 감상을 받았다


우선 형태적인 면에서

조감도를 통해 접하는 인상에 비해 실제는 괴랄스럽지가 않는데,

그도 그럴것이 스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금속성의 외부패널 마감과 유기체적 곡선구조가 분명 낯설기는 하지만

전체 규모의 일부만을 눈에 담을밖에 없는 시선의 한계로 

받아들일 수 없는 당혹감을 선사하지는 않더란 것이다


그러나 이 대지에 조성된 건축물의 형태적 측면은,

사실 그다지 중요치 않은 문제일지 모른다


DDP를 경험하는데 있어 보다 흥미를 유발하는 지점은,

이 장소를 맞닥뜰인 사람들의 시선과 동선이 어떤 방식으로 유도되는지 살피는데 있다


지하철 출구를 통해 빠져나온 지하 1층의 광장에서 이어지는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면

역사문화 공원으로 면하게 되고, 녹지로 제공된 이 공간은 

과거 종합운동장 건물이 두텁게 가리고 있던 동대문의 진정한 풍경을 드러낸다


우리가 흔히 두타나 밀리오레, 헬로apm 쯤으로 떠올리는 유력 패션종합상가보다,

2배 이상의 규모가 역동하는 시장이 그곳에는 있어왔다

워낙에 낙후되어 후줄근한 모습이지만,

자연스럽게 이곳을 찾는 사람들 시선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러한 풍경의 발견은 하나의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보다 쾌적하고 정돈된 모습으로 다듬어지게끔, 요구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장기적으로,

건축물 그 자체의 기능을 넘어 주변 지역 전체에 변화를 이끌 힘을 품는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면 

이 기획을 긍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아쉬움이라고 없지 않다

역사문화 공원으로 조성된 공간의 활용성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성곽유적을 위해 할애된 공간으로 인해 변변한 광장이 존재 하지 못하는 점때문인데

아마도 초기의 기획에서는 성곽자리까지를 광장으로 구상했겠지 싶다


또다른 아쉬움은  

플라자 건물 옥상에 조성된 녹지에의 접근이 막혀있다는 것이다

형태를 통해 열어두었던 공간의 활용성을 살리지 못하고 

낭비한다는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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