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강릉 시내 모 경양식 돈까스집에서 그야말로 개피봤던 일이 있었다
수십년간 운영한 집이었던데다 일단 기존 포스팅들 중에서 걸리는 집이라곤 그곳 뿐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긴장감 없이 도전을 했었는데...
좀 많이 심했다

수제 돈까스임을 내걸고 장사를 하고 있음에도
실제 나온 돈까스는 절대, 네버, 수제일리 없는 수준이었고
극악스러웠던 점은 왕돈까스를 주문했더니 돈까스 한덩이 + 반덩이...를 내놓는 만행을 저질렀던 것이다
이건 왕돈까스가 아니라 그냥 돈까스 곱배기잖아...

휴가때 괜히 정광수의 돈까스집에서 최고수준의 메뉴를 맛 보고 나서 이쪽에 대해 관심이 생긴게 원흉이라면 원흉

아무튼 그렇게 데이고
강릉에서 괜찮은 경양식돈까스는 욕심이었나보다 생각하며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비도 오는데 그래, 칼칼한 국물에 김밥이나 간단히 먹고 들어갈까 생각하며
빙그레 김밥이라는 가게를 향해 가던  길이었다

그 곳을 찾아 가던 중 눈에 띈 골목길 안쪽을 가르키는 조그마한 표지판
'소풍 임당, 커피·돈까스'
응?...음...음...음...
사실 전에도 몇번 보면서 지나친 적은 있었지만
돈까스가 막 땡기는 날씨는 아닌데, 새삼 지난주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도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의 실패를 그저 실패로만 놔두기엔 영 찝찝한 이 기분은 뭔가 ㅋㅋㅋ

골목 중간중간 걸린 표지판을 따라 쇽쇽쇽 따라 들어가니
뭐랄까 애매한 분위기의 가게가 하나 나온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막걸리가 어울릴듯한데
주력은 커피와 돈까스...

가게 안을 채우고 있는 소품들은 아프리카느낌의 목상들이고
취급하는 원두들이 적힌 칠판과
커피관련 용품들이 잔뜩 놓인 카운터
곳곳엔 가게홍보 전단으로 보이는 전단지들로 접은 종이접기들이 이곳저곳 쌓여있다...
ㅋㅋㅋㅋㅋㅋ 진짜, 나 또 실패하는건가 싶은 불안이 ㅠ_ㅠ

하지만 맞이해주는 주인 아주머니의 인상이 썩 괜찮아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자리에 앉아 주문(8000)을 하고 기다렸다

스프와 돈까스가 거의 텀 없이 이어져 나오는데
어쨌든 먼저 나오는 스프를 보니 씨리얼이 뿌려져 있다 오...이건 설마 크루퉁 대용인가, 재미있어하며 후룩후룩 넘기고
본격적으로 돈까스를 대하기 시작한다 ㅎㅎ
일단 썰어서 단면부터 확인하니 고기두께는 양호한데다 냉동식품은 확실하게 아니다
안심하며, 소스를 찍어 맛을 보니 식감도 양호

포인트는 소스였는데, 완전한 오리지널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가게 나름의 커스터마이징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메뉴판에서의 설명으로는 해초를 첨가한 소스라는데
내가 그쪽으론 맛을 잘 모르니 그렇다! 동의는 할 수 없지만 일단 끝맛에서 상쾌한 느낌이 들기는 한다
그러면서도 독특하다기보다 향수가 느껴지는 부분에서 썩 좋았던 느낌

전체적으로 평을 하자면 정말정말 스페셜한 무언가가 있는 집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 집에 대해 비교대상인 정광수의 돈까스집 메뉴 자체가 '열혈! 혼신의 돈까스'라는 느낌인데다
이곳 주인분이 애정을 가지고 가게 운영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게 전해진다
인&익스테리어의 어설픈 컨셉은 그래서 어쩐지 올드한 경양식 스타일이 되어버려 이것대로 좋다

부모님의 결혼기념식이라 가족 특별외식으로 경양식집에 가던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기분좋게 이곳을 찾지 않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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