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마찬가지겠지만
비오는 날씨를 농담으로라도 좋다 말하긴 힘들다
밖은 아침부터 어둑어둑해서는 잠자리를 걷고 일어나기엔 무겁다
거기에 공기도 평상시보다 습하고 쌀쌀해서는 몸이 뻑뻑하니 그냥 쳐진다

'쩔어!'라고 하지

더구나 밖에라도 나간다고 해봐라 우산이니 뭐니 하나라도 더 챙길게 생겨버리고
비에 젖은 길을 걷다보면 바지 밑단이며 양말이며 금새 젖어서 짜증이...
그렇다고 아예 젖을거 인정하고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나가자니 아무데나 그러고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비오는 날은 싫다는 기분을 먼저 동반하곤 한다는거다

지금도 밖에는 비가 쏟아진다
난 지금 이삿짐도 옮겨야 하고 배도 고파서 뭘 좀 먹으러 나가고 싶기도 하고 그렇다
비때문에 발이 딱 묶여버린 상황이고 방은 추워서 발끝이 살살 시려우려고도 한다

그런데도 비오는 날씨,
예전처럼 너무 싫다, 라고 이야기 하지만은 않게 된다
내가 만난 사람들 아는 사람들 좋아하는 사람들
비오는 날이 좋다고 하는 그 사연을 알게 되면, 달리 보이는 게 있다

그 날씨에 겹쳐있는 많은 감정과 감상과 이야기들

비오는 날 창가에 앉아 있을때 유리를 두드리는 빗방울의 리듬
따뜻한 커피에서 올라오는 김이 한결 기분좋게 만들어주는 쌀쌀한 날씨
잘어울리는 음악을 골라 듣고
날씨 핑계를 삼아 방에 웅크리고 앉아 빈둥거려도 좋다

그러니까 비오는날의 감상법을 한개씩 익히게 된 일이다

허리가 좀 쑤시는 것 같긴 하지만
찜질팩이라도 하나 데워서 얹어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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