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게 했다

포항에 내려가 박사과정을 밟는 중인 친구의 타지 생활을

위문할겸, 이쪽에서 다른 친구 한명과 함께 남해로 내려간다


오늘 이 친구녀석에게서 좋은 소식을 들었는데, 

여행 중에도 그렇게 바라던 아이소식이었다


남해 여행은 좋았지만,

뻔한 남자애들 셋이 돌아다닌 터라

대단한 입호강 경로는 아니었고


그래서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휴가 마지막 날에는 

뭐랄까 근사한 식사를 맛봐야겠다 싶어

복정동의 레스토랑을 찾았다


사실 전에 지나가던 길에 한번 들러

까르보나라를 먹어본 적 있었다


이 동네에서 과연 유지가 되려나 싶은

레스토랑인데, 언제 운영이 종료될지 몰라 조마조마 하다


라자냐 정도를 먹으면 어떨까, 아니면 생선요리를 골라볼까

하며 메뉴를 들춰보니


랍스터 비스크를 곁들인 리조토(15,000)가

눈에 들어온다


리조토라는 형식에 대단한 기대감은 없지만

갑각류를 이용하는 비스크 소스라는건

언제고 한번 맛봐야지 싶었다


식전빵으로

오븐에 데운 포카치아를 내어주는데

전에도 느꼈지만 정말 마음에 든다

가게에서 직접 굽는 빵이던, 어디선가 조달해오는 것이던,

캐쥬얼 레스토랑에서 나올 수 있는 식전 빵이란

오븐에 데워 나오는 과정을 통해 표면이 과하게 마르는 인상을 받는데,

이곳 빵은 그렇게 마른 층이 적절한 두께에서 더 지나치지 않아

되려 식감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파삭파삭


아뮤즈 부쉬격으로는 방울토마토와 새싹채, 프로슈토가 나왔다

프로슈토는 향이 좀 마일드해서,

특별한 인상은 없었다


곁들이 맥주로는 필스너 우르켈(6,000)을 골랐다

마무리의 쌉싸레한 맛 이전에 살짝 머물다 가는 단맛의 뉘앙스가 

기분좋다


그리고 드디어 메인

우선 비스크소스부터 떠먹어봤다

갑각류 특유의 고소한 맛이 우선하지만

그렇다고 뻔한 맛으로 마무리되진 않았다

우와, 이거 정말 맛있는데


리조또에 소스를 붓고 본격적으로 접시를 비워나간다

쌀의 익힘도 퍼져있지 않고 무척 훌륭하다

랍스터 살은 잘 발라져 이곳저곳 충분하게 자리잡았고

강렬한 소스맛에도 불구하고 뒤에 올리브오일이 목소리를 낸다

허브는 애플민트를 쓰는데 역할이 절묘하다

리조토도 그렇지만, 비스크소스 덕분에

전반적인 맛이 묵직해지기 마련인데

애플민트 잎의 상쾌한 향이

그런 무게감을 콕 집어 들어올려주는 인상을 준다


다만 아쉬운건 방울토마토인데,

사실 국내에서 구해지는 토마토에 대해서라면 전반적인 아쉬움이기도 하다

향이 옅고 과육이 단단하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방울토마토라 그런 부분이 더하다


디저트로는

후르츠 커드(6,000)를 주문했다

첫 방문 당시 그 다음주부터 개시할 디저트라며 

제공해 주었던 것이다


샴페인잔에 오렌지르 기본으로 한 후르츠커드를 깔고

위에는 요거트 폼을 올린다

커드와 폼 사이에는 

머랭칩을 얇게 박아

식감에 포인트를 만든다

데코로는 다시 머랭과 시트러스 칩


오랜만에

식사하며 

여러번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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