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길던 장마도 마무리되고 여름다운 쨍쨍함을 기대했더니 다시 또 비소식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말인데 때맞춰 비가 내려주니 한결 아쉽다
자전거를 타고 이곳저곳 누비려던 계획이 완전히 엉망이니 말이다

우산을 챙겨들고 버스를 타고 나갔다
시내에서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걸어서 한시간 남짓이다 - 저녁 후 여유있는 티타임을 시내에서 즐기자면, 숙소로 돌아올 차는 끊겨있다

우산이 있기는 한데 참, 이걸 쓰고 있자니 한심한 기분이 드는 안개비가 주변을 감싸고 있다
그래서 우산은 그냥 돌돌 말아 지팡이처럼 바닥을 똑,똑 두들기며 편하게 걷기로 한다

시골길이라 원채 구수한게, 진하긴 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비오는 날은 확실히 바닥의 흙냄새가 진해지는구나 싶다
어디 흙냄새 뿐일까
곳곳에서 구석진 향들이 나 여깄소 뛰쳐 나돈다
시골길이니까, 흙냄새, 두엄냄새는 물론이고 쿰쿰한 빨래더미 냄새라던가 또랑물 냄새라던가, 나무껍질 냄새라던가
뭐 그런 냄새들

그렇게 하다보면, 구석진 곳에 놓여있던 기억들도 같이 신나서 날아다니는 것인지
감상적이게 되는건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그런 구석의 개켜진 기억들을 추억이라고 해서
하나하나 마냥 반가운 나이가 되어갈수록
비오는 날씨의 차분함을 좀 더 반기게 되는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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