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잘두고 볼 일이다

며칠전 우철이부터 연락을 받게 되었고, 그 녀석의 주선으로 이태원 virgin에서 테이스팅을 할 기회가 생겼다

듣기로는 최근 쉐프께서 새로 오셨고, 그 계기로 주변인들 몇몇에게 자리가 마련된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과 선배들에게 연락해 좋은 곳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


우철에게 소개 받았을땐 프랜치 스타일로 서브가 될 것으로 들었는데

라운지 바와 프랜치라는 것이 어울리나 의아했다 

그러나 요리 자체적으로도 무척 만족스러웠다는 결론이고

라운지 바의 시스템에도 잘 맞아 떨어지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어짜피 우리나라에서 프랜치 먹자고 하면, 푸짐하게 나오는 곳 없으니

오히려 매력적인 가격 수준에서 잘 준비된 와인과 함께 하는 것도 좋지 않는가 싶다


코스에는, 각각의 디쉬와 어울릴만한 와인들이 함께 서브되었고 

각 요리에 대한 설명들도 함께 제공 되었다



약속을 일요일로 잡았던 이유로, 조금 이르게 만나기로 했다

나와 강지누나가 먼저 이태원에 도착을 했고,

진우형과 핸누나네는 조금 늦는다고 연락이 왔다

둘이 먼저 가게로 찾아가 기다리기로 했다


소개로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자리로 안내받았다

일행중 두 명이 조금 늦게 되었다고 이야기 하게되어 조금 마음에 걸렸는데,

아직 원래의 오픈보다 약간 이른시간이라 부담없이 기다릴 수 있었다

그동안 음료라도 내어주겠다고 하셔서, 진토닉을 받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

인데, 두 명중 오이를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지 묻는다 

약간 의외다 싶었는데, 시원한 성향의 칵테일이다 보니 잘 어울린다

얼음은 큼직한 덩이의 큐브로 잔에 가득 차는데

이렇게 나오게 되면 작은 덩이의 얼음들에 비해 천천히 녹게 되니 술이 금방 묽어지지 않는 부분으로 참 좋다

시각적으로 보기에 좋은것은 물론이거니와



6시가 조금 넘어 진우형과 핸누이도 도착을 했다

조금 더 넓은쪽으로 자리를 옮겨 주셨다

다시 테이블 세팅



웰컴디쉬로 레디쉬 절임과 올리브가 제공된다

두가지 모두 가게에서 직접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레디쉬 절임이나 올리브가 시거나 짜지 않다

직접 만든는 것은 물론이고 한꺼번에 만들어두지 않고 수시로 만들어 제공하는 모양이다

올리브도 좋아하는 열매 중 하나인데,

짠맛에 대한 부담없이 집어먹을 수 있다니 이또한 마음에 든다



아페리티프로 JP샤네, 스파클링이 제공되었다

이 와인은 독특한 병 디자인때문에 레드는 일전에 구입해 먹어본 적이 있지만

그때의 기억에 비하자면 상당히 좋은 느낌이었다



첫번째로 서브된 디쉬는 연어셀러드

흔하게 보는 카르파쵸스타일의 얇은 연어살이 아니고

두툼한 필렛형태로서 제공된다

그렇다면 이 역시 주방에서 직접 손질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해서, 만족스러운 셀러드였지만 약간 아쉬웠던 점은

서브 전에 고수에 대한 선호여부를 물어봐 주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정도, 진토닉을 내어주셨을때 처럼

물론 메뉴판에 재료들이 명시되어 있기때문에 - 아이패드를 이용해서 상세하게 준비되어있다

실제 주문을 할 때는 미리 요청을 해도 될 것 같다



연어 셀러드와 거의 함께 나온 푸와그라

홀 머스터드와 수제 마말라이드, 오곡강정이 함께 어울려있다

리옹에서 닭간요리는 먹어본 적 있었지만 막상 푸와그라는 이 날이 처음이었다

사실, 닭간요리경우에는 썩 맛이 좋다는 인상으로 남지는 않아서 - 맛도 맛이지만, 양이 너무 많았다

조금 걱정했는데, 

괜한 생각이었나 보다

아무렴 세계의 진미라고 하는 식재료인데 맛에 대해서 어지간한 보편적 선호가 받쳐주지 않을리 없다

실제로 간에서 연상되는 비릿할 듯한 느낌보다는

입맛을 돌게 만드는 진하고 고소하며 고유한 향이 섞이는 맛이 매력적이다



다음 메뉴들이 나오기에 앞서 페어링된 와인이 먼저 제공되었다

화이트 와인이었고, 하우스와인으로서 준비된 와인이었다

최고급의 와인은 아니지만 디켄터와 에얼레이터를 함께 사용해 맛과 더불어 시각적 즐거움을 함께 제공한다는 설명이었다

덕분이었는지 몰라도 - 와인에는 조예가 깊지 못하니

우리 모두 몹시 만족스러워 했다

이 이후로 이어진 동일 와이너리의 레드와인도 무척 맛이 좋던걸 생각하면

와인 자체에 대한 선택이 일단 좋았다고 생각한다



화이트와인에 곁들이게 된 메뉴로는 생햄 모둠과 돼지고기 테린이 되었다

테린 역시 유럽여행당시 시장에서 실컷 구경만 하고 막상 맛보기엔 약간 겁이나던 요리다

일반적으로 상당한 하드코어 메뉴로 알고 있었거니와, 가격또한 만만하지 않아서 그렇다

해서, 이 역시 이날에야 처음으로 맛을 보게 된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테린의 경우 돼지고기 어깨살만이기 때문에 겁먹을 필요는 없거니와,

가격대비 메뉴의 구성이 가장 매력적이기도 하다

캬라멜라이즈된 양파와 튀겨진 돼지껍질이 함께 서브된다

이 돼지껍질이 상당히 맛있기도 하거니와 재미있는데, 그 모양을 봐선 기름에 튀긴것은 아닌듯 하고 에어프라이기를 이용했나보다

양파의 경우 그 자체만으로 만들어지지는 대신, 캬라멜을 더한것으로 보였다


생햄 모둠은 판체타와 2종의 살라미, 그리고 음...생햄으로 4종류가 나온다

살라미중 한개는 일반적인 시즈닝,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고수향이 입혀져있었다

질기지 않고 적당한 식감을 내는편

판체타는 별도의 시즈닝향이 강하지 않은가운데 자연스러운 스모크가 매력적이었고,

이름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던, 저 나머지 햄은 나와 진우형에게 평가가 좋았다



레드와인이 나왔고, 앞서 이야기했던 바와 같이 모두에게 맛이 좋다는 평이었다

나의 인상을 더해보자면,

개인적으로 레드와인의 여러 맛 중에서 스파이시를 썩 선호하지 못하는 편인데,

이 와인의 경우 스파이시가 약한 것은 아님에도, 그 맛이 나는 부분에서 복합적인 여타의 향들이 어울려

찌르는듯한 인상만 두드러지지 않았던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고 하겠다



뼈 없이 오리의 살만을 발라내 조리한 메뉴

오븐에서 저온으로 장시간 익혀낸 것으로 보인다 

윗쪽의 껍질면은 크리스피하게 만들어지고, 살코기부분은 부드러우며 기름지지 않다

소스는 달지 않으면서 고소한 향으로 고기와 잘 어울렸는데, 베이스가 된 스톡도 오리가 아니었나 싶다

보기에 양이 너무 적지 않나 싶을 수 있는데, 

예상되는 조립법의 번거로움을 고려해보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인데다 

메뉴판에 명시된 중량으로는 150g이니 고개를 끄덕끄덕



치즈플래터,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블루치즈를 테린에도 제공되었던 돼지껍질 튀김에 얹어 먹으면

몹시 아름다운 맛이 난다

채썬 사과가 곁들여진 샐러드와 어울려도 물론 좋고



리코타치즈 샐러드

리코타치즈는 그 자체만으로도 새콤한 요거트같은 맛이 경쾌하다

사과칩을 이용해서 플레이팅 되었다

치즈종류는 에멘탈만 제외하면 무엇이든 맛있다는 생각이다



디저트와인은 바의 이름과 동일한 제휴를 통해 공급받는다는 것으로 준비되었다

와인을 위한 잔에도 멋이 한껏 부려져

밑에서 드라이아이스가 보글보글 끓으며 즐거운 효과를 더해준다




끝으로 이렇게 디저트까지,

하나는 다크초콜릿과 달고나라고 이해하면 간편할 캔디, 헤이즐넛 크림을 이용했고

파벽돌 더미를 컨셉으로 쌓아 올려 나온다 

식감역시 그에따라 아작아작,


다른 하나는 마쉬멜로우를 이용한 디져트로, 잠깐 우리끼리 고급 쵸코파이 맛인거 아니냐고 웃었지만

그런 농담은 미안할정도로 귀엽게 생긴데다, 마쉬멜로우 안쪽엔 시트러스 계열의 마말레이드가 들어있어

역시나 매력넘치는 메뉴되겠다


집으로 돌아와 페이스북에 남겼던 건,

매일 오늘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당연하게도 매일매일 이런 시간을 누리고 싶다는건 내겐 아직 호사넘치는 꿈이지만,

그래서 열심히 살아야 할 것이고, 함께 할 좋은 친구들이 내게 남아있도록 선하게 살아야 할 일이다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일단 난 인복이 좋은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이르게 온 연말의 오글토글 감상인지 몰라도  

함께해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다시 한번 좋은 자리를 마련해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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