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나, 일요일은 거의 어김없이 건대에 있다

한두시간쯤 시간이 빌 때가 있는데, 그러면 골목골목 돌아다니곤 한다

새로 생긴 가게는 없을까

식사를 할만한 곳이어도 좋고

술한잔 할만한 곳도 좋다


화양시장 끄트머리 사거리에서

한마음볼링장을 지나쳐온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면

몇 눈에 띄는 가게들이 있었다


식사 할만한 곳으로는 세군데 있었는데

두군데는 엉망이었으나


한 곳 건졌다


취향저격 요리연구소라는 이름을 가진

붉은 외관의 가게


사장님들이 인근에서 두남자 피자라는 푸드트럭 운영했더라는 이야기를

식사중에 들었다


처음 방문때는 오리지널 까르보나라 시켰는데,

가게 구조 상 조리 과정을 모두 지켜 볼 수 있었다

특별히 저건 좀 이상한데..하는 부분 없고

맛 또한 만족했다


카메라 챙기고 다시 방문해 주문한 음식은

수비드 통삼겹 스테이크


역시 맛있게 먹고 나왔지만,

까르보나라와 다르게 정식으로 올라있는 메뉴고

그런 메뉴 중 가장 가격대가 있는 것이니(15,000₩)

잔소리 좀 해볼까봐


프리젠테이션을 보면,

가장 아래쪽엔 스프를 깔고(크림? 감자?)

수히드한 삼겹살은 

버터, 타임과 함께 팬으로 겉면을 지졌다

이걸 명이나물로 감싼 뒤

가니쉬로 아스파라거스를 얹어내는 것


수비드한 통삼겹살은 조직이 극단적으로 부드러워져 있다

소고기는 어떤지 몰라도

돼지고기는, 특히 지방이 많이 분포한 삼겹살 부위는,

그래서 별다른 물리력을 가하지 않더라도

해체가 가능하다

실제로 나이프를 사용하려 해봐도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나이프는 배제하고 포크만 두개 주는건 어떨까


수비드를 통해 극도로 부드러워진 육질을 포크만으로 해체하며

입 이외의 감각기관으로도 즐겨보도록 하는 것

즉, 자신들이 선택한 조리법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아이디어가 더 필요하다는 것


이 상태의 삼겹 겉면을 팬으로 지지는 것은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고기의 맛을 좀 더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그런데 고기 두께에 비해

크러스트 발달이 충분치 않다


심지어 아래쪽엔 축축한 소스가,

나머지 면에도 젖은 명이나물이 둘러진다


기껏 만든 크러스트의 식감이 도로 눅눅해질 뿐 아니라,

구운고기의 냄새, 그 엄청난 자극은 차단되어버린다


그대신 명이나물 장아찌 냄새만

처음 맞이를 나오는데

여기에 무슨 즐거움이 있나


삼겹살과 명이나물 쌈이 잘어우릴 수 있는

조합이라 해도 이형식에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질감의 대조 문제

극단적으로 부드러워진 삼겹살과 대조되는 것은

질긴 명이나물 섬유질이다

이 두개의 층 사이에 바삭한 크러스트가 분명하게 자리했다면

조금 다른 이야기겠으나

앞서말했다시피 기능하지 못하니

썩 좋은 대조가 아니다


차라리 페이스트형태로 가공하여,

아래쪽 스프와 함께 어떤 형태를 만드는게 나았을지 모른다


얼마전 복정동 아쿠아 레스토랑에 방문해보니

문을 닫았더라

사실 위태위태해 보였다

언제라도 그렇게 되는게 이상하지 않았다

너무 좋은 식당이었지만

상권도, 입지도, 주변의 구매력도 

받쳐주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꽤 만족스런 식당이 내 활동반경 안에 생겨있었다

한참 꿍시렁 거린 것 같지만

아무튼 난 여기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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