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빌려왔던 책들을 반납하기 위해 나갈 준비를 주섬주섬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신다

시장에서 닭한마리 사다가 좀 삶아둘 수 없겠느냐고, 저녁에 닭개장을 하시려는데


갑자기 치킨스톡을 끓여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 승락했다


책 반납하고, 시장에서 닭한마리를 사온 뒤, 일단 냉장고에 넣어두고선 샤워부터

오늘내일 유래없는 태풍이 북상할것이라더니 어찌이리 더운건지


인터넷에서 간단하게 레시피를 확인했다

진한 국물맛을 원했기 때문에, 닭, 양파, 대파, 당근을 손질해 로스터에 돌리기 시작했다

오리지널에 맞춰서 셀러리를 더 사올까 고민도 잠깐 해봤지만

보수적인 아버지의 입맛을 고려한다는 변명을 떠올리며 이대로 준비를 계속했다


로스터에서 야채들은 겉면이 살짝 태워진 기분으로 익었고, 솥에 들어갔다

닭은 따로 살을 발라내기 시작했다

발라낸 살은 따로 보관했고

뼈는 야채들과 함께 솥에서 고와지기 시작했다

로스트를 하면서 나온 닭기름은 혹시 풍미를 더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맑은부분만 쪼르륵, 해줬다

어짜피 위로 떠오르는 기름기는 거품과 함께 다시 한번 걷어낼 터였다


중불에 오랜시간 고와냈고, 감칠맛을 위해 국간장도 약간 첨가했다


국물만 걸러내어 치킨스톡이 완성되었는데, 아까 발라낸 닭 살코기는 덜 익은 부분들이 있어 쏟아넣고 한번 더 익혔다

향이 급격히 진해졌다, 집안에 가득찼는데

어머니가 오시면 여기에 양념등을 더해 닭개장이 되겠지 생각하니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얼큰한 맛과 푸짐한 야채건더기도 좋지만 이렇게 품을 많이 들인 맑은 국물은 그 자체로 좋은 식사가 되는 법이다


나중에 요리용으로 국물 일부는 덜어내 보관했고

또 한그릇 퍼올려, 파만 쫑쫑 썰어넣어 닭곰탕으로 했다

정말, 맛있다 

이건 정말 코알랄라를 외치며 뛰어오를 맛이다

맥주 한잔 따라서 같이 먹는데, 행복해졌다


마치 내 영혼의 닭고기스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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